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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란 뭘까/일상과 묵상

뒷담화

by 안나오 2021. 10. 5.

부모님이 작게 꾸리는 텃밭에 일손을 도우러 간 적이 있었다. 한평 남짓한 좁은 땅 한편에 토마토가 자라 있었다. 지지대를 놓을 시기를 놓쳐서 제멋대로 자라난 토마토는 줄기가 엉켜 있었고, 많은 열매를 맺었지만 대부분 얽힌 가지 사이나 땅에서 썩고 있었다.

 

 

나는 아주 이상하게 자라난 것 같다.

 

내 이익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도 되지 못했고, 부당한 소리에도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세상의 기준에도 썩 잘난 사람이 못 되고, 성경적으로 봐도 그다지 모범적인 삶의 태도를 가지진 못했다.

그냥 싫은 소리 못하는 호구가 된 기분.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건 알바하는 곳에서 있었던 일 때문.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헐뜯을 때 힘드셨겠다, 맞장구를 치며 듣는 것이 맞는 걸까?

내가 잘 모르는 A가 일을 안 한다며 욕하는 B.

B가 너무하다며, 또 때로는 오지랖이 너무 넓다면서 욕하는 C와 D.

새로 온 F가 좀 이상하다는 C.

G가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 왔다며, 저렇게 입지 말라는 D.

그리고 그 말을 듣고, 때로는 맞다고 맞장구치는 나.

 

같이 웃고 떠들어도, 순간순간 이게 맞는 건지, 내 뒤에서는 나에 대해 또 뭐라고 말할지 걱정되는데 이게 정말 맞는 걸까? 질문하는 시점에서 나는 이미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나님이 이런 걸 바라실 리 없다.

그럼에도 나는 사람의 낯을 살피느라 바빠서,

싫은 소리할 배짱도 없고, 미움을 살까 두려워 아무 말하지 못한다.

 

공감하고 싶고. 함께 이야기와 감정을 나누고 싶으나, 누군가를 욕하고 싶지 않다.

동시에 욕하지 말자는 얘기를 하며,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면서 반대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도 않다.

도덕적인 사람인 척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싶지 않은데, 동시에 착한 사람이고 싶어 애쓰는 내가 싫다.

 

 

바라건대, 뒷담화에 끼게 된 상황에서,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을 옹호해줄 수 있기를.

그 말을 내가 동의하고 개선을 바라며 전해줄 수 없다면, 그 사람이 자리에 없더라도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사람의 기분과 사람의 눈치가 아니라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말씀에 비춰 살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