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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오늘

매일 20분씩 일주일간 청소해보았다. 하루가 달라졌다.

by 안나오 2021. 7. 3.

솔직히 저는 청소를 자주 안했습니다. 어렸을 때는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서랍 속부터 치우다 지쳐 더 어질러진 방에서 지낸 적이 많았고, 커서는 그게 익숙해져 가끔 심하다 싶으면 정리를 하는 편이었어요. 잔소리를 하던 엄마도 들어먹질 않으니 가끔 심하다 싶으면 방을 치워라 한두마디 하시는 게 다였고, 그렇다고 부모님이 치우시지도 못하게 막았으니 엉망진창일 수밖에요.

 

뭐, 이유가 중요할까요. 그냥 제 방은 더러웠고 저는 어질러진 방에 익숙해졌습니다. 가끔 방을 정리하고 나면 뿌듯하긴 했지만, 그뿐이었고 다시 어지러운 방으로 돌아가는 순식간이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깨끗한 방에서 지내겠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어렸을 때는 있었을까요? 아무래도 더러운 방에 너무 익숙해진 모양입니다.  청소를 해야겠다 생각한 건, 너무 심해져서 할 때가 됐다 싶었기 때문이었고, 실제로 실행을 한 건 부모님께 이미 종강하면 청소를 하겠다 말씀드렸기 때문에 (잔소리를 피하고 싶어 부모님 퇴근 전에 끝내고 싶었습니다. ) 그리고 유튜브 영상을 올리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영상 올릴만한 게 생각이 안 나기도 했고, 변해야겠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깨끗한 방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책상, 방바닥, 그 외 여기저기 널린 물건 각각 10분씩 매일 청소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간 도전을 해봤어요.

 

https://youtu.be/NdFGJ5Tx8eQ

방은 정말 하루하루 쉽게 더러워졌습니다. 외출하는 날은 더욱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청소를 하다보니 30분이나 걸리는 일은 잘 없었어요. 길어야 20분, 대부분은 10분 정도 선에서 끝낼 수 있었습니다. 날마다 방은 조금씩 깨끗해져서 청소할 게 별로 없어졌어요. 게다가 매일 청소를 하고, 날이 지날수록 청소해야한다, 정리해야 한다는 게 머릿속에 들어가니까 중간 중간 약간의 정리를 하게 되더라고요.

 

원래의 저는, 뭔가를 할 때는 막 어지르고, 나중에 정리해야겠다 마음 먹은 뒤에나 치우는 스타일이었어요. 공부할 때는 사용한 펜이나 공책을 전부 책상에 늘어뜨려 놓는다거나, 사용한 화장품을 죄다 꺼내놓는 식으로요. 

 

그런데 정리가 제 일상에 스며들게 되니까 중간중간 물건을 조금씩 치우게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쓸일이 없는 종이가 눈앞에 보이면, 거슬려서 (이전에는 한번도 거슬린 적이 없었습니다.. 전혀 신경쓰지 않았어요) 책장에 꽂아놓았어요. 제 기본 상태가 어질러짐에서 꺠끗함으로 어느정도 바뀌었다는 뜻인 거 같아 매우 기쁩니다.

 

하루에 10분에서 20분,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고, 바닥을 치우는 거, 가끔은 청소기를 돌리는 거. 간단한 일이지만, 이전에는 거의 하지 않던 일을 갑자기 매일 하게 되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한테도 위기는 있었어요. 아주 많았죠.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만들 생각으로 청소 전과 후의 사진을 매일 찍었는데 이게 확실히 도움이 되었어요. 만약 청소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이정도면 깨끗한데? 하고 넘어갈 법한 것도, 굳이 깨끗한 방에서 살 필요 없는데? 하고 생각할 수 있었을 텐데, 깨끗해진 방을 찍는 것과 스스로의 변화가 목적이었다 보니 자연스레 계속 청소를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사진을 찍고 누군가한테 보인다는 생각을 하니까 변화를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청소할 수밖에 없었어요. 청소를 다했다고 생각해도 사진을 찍으려고 보면 서랍이 열려 있다거나, 눈에 거슬리는 물건이 보였어요. 그럼 더 치우고 청소를 하게 되더라고요.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일 위기였던 날은 목요일이었는데요. 제법 깨끗하기도 했고, 너무 지치고 졸려서 그냥 자고 싶었어요. 기분도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샤워한 뒤였는데, 머리를 말리기도 싫어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으로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너무 우울했습니다. 결국 일주일 청소하기 실패인가, 망했구나 싶더라고요. 이거 하나 못하나 싶고.

 

그런데 가만히 있다보니까 억울하고 어이가 없는 거에요. 뭔가 하느라 미루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데. 아무 목적도 이유도 없이 가만히 땅파고 앉아서 우울해 하는 게 어이가 없었어요.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미뤄서 내가 행복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우울해지는데 내가 청소를 안 할 다른 이유가 있나? 이깟 청소 하고 말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진짜 앉아 있을 이유가 더는 없었어요.

 

막상 청소할 것도 별로 없었고, 청소를 하고 나니 결국 내가 해냈구나. 포기할 뻔 했는데 그 모든 거 이겨내고 오늘도 해냈구나 싶어서 정말 너무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동안 잠깐 잠깐 청소한 것만으로도 샤워랑 비슷하게, 사람이 정말 더 의욕이 생기고 하루를 더 잘 보내고 싶어지더라고요. 뭔가 다른 것도 해내고 싶어지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았어요. 겨우 10분, 길어야 20분인 청소인데 제 하루가 달라지고, 기분이 달라졌습니다.

 

하루 10분에서 20분, 일주일이면 2시간 정도에요. 일주일간 놀다가 한 번 대청소 하는 거랑 같은 시간입니다. 그런데 제가 깨끗한 방을 누리는 시간은 절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랐습니다. 저는 매일의 대부분을 깨끗하고, 더 쾌적하고, 더 넓은 방에서 보냈습니다.

 

 

청소를 할수록 이전의 제가 얼마나 더러운 방에서 지냈는가 알게 됩니다. 그리고 제가 무엇을 놓치고 살았는지 깨닫게 됩니다. 앞으로도 최대한 계속 도전해보려고요. 깨끗한 방 유지하기. 너무 당연해지고 습관이 될때까지.